[시론] 美 '자동차 232조' 조치, 다시 유예될까

입력 2019-10-29 17:47   수정 2019-10-30 00:18

내달 중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동차에 대한 무역확장법 232조 관세 부과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외 자동차업계와 통상당국은 워싱턴에 안테나를 집중하고 있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안보를 명분으로 수입을 억제하는 것이 목적인데, 최근 양상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232조를 ‘통상협상 지렛대’로 활용하고 있다. 수입차 증가가 자국 안보를 위협한다면 올초 상무부가 자동차 232조 보고서를 백악관에 제출했을 때 조치를 발표했어야 했다. 몇 달을 덮어뒀다가 지난 5월 최종 결정을 6개월 보류했다. 그 사이 미국은 많은 국가를 닦달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232조를 거론했을 때 과연 동맹국에 안보를 이유로 무역 조치를 취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의문이 많았다. 안보를 이유로 철강에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발언한 짐 매티스 국방장관을 트럼프 대통령은 크게 질책했었다. 그가 마구잡이식으로 밀어붙인 결과 232조는 전대미문(前代未聞)의 통상무기가 됐다. 지난 6개월 자동차 232조 보고서에 먼지가 쌓이는 동안 미국은 자동차 관세를 여러 통상협상에서 전가의 보도로 활용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개정 협상이 진전을 보이지 않자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와 양자 협상을 벌이고 232조를 들먹여 미국안을 수용하도록 했다. 멕시코 대미(對美) 수출의 80%가 자동차와 부품인데, 25% 관세 부과로 압박하자 멕시코는 일순간에 대등한 관계에서 ‘을’의 입장이 됐다. 캐나다도 마찬가지였다. NAFTA 후속협정인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의 자동차 분야 합의사항은 미국의 주장 그 자체다. 일본 및 유럽연합(EU)과도 양자 간 무역협상을 하면서 자동차 관세를 협상 지렛대로 적극 활용했다. 일본은 자국 농업시장을 열어주고 자동차 관세를 면제받기로 약속받았다.

자동차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거래되는 품목이다. 큰 폭의 대미 무역흑자를 누리는 국가는 대부분 자동차 강국이다. 예외가 있다면 중국이다. 중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은 주로 미국계 자동차 메이커에 의해 이뤄진다. 중국은 자동차 생산 1위국이지만, 본격적으로 수출할 단계는 아니다. 그 사이 미국은 중국과 열세 차례 공식 협상을 했고 중국산 모든 수입품에 최고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자동차가 핵심 쟁점으로 제기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역확장법 232조는 중국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은 중국과 무역전쟁을 시작했으나 기술패권 경쟁에 이어 이제 문명전쟁으로 바뀌었다. 미 국무부 외교전략가의 진단이다. 문명전쟁 차원에서 미국은 중국을 현재의 통상체제에서 분리해내는 작업에 돌입했다. 지난 2월 중국을 겨냥해 세계무역기구(WTO)에서 개도국 지위 남용을 줄이는 방안을 논의하도록 제안했다. WTO가 성과를 내지 못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미 무역대표부(USTR)로 하여금 90일 이내에 자진해서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지 않는 국가에는 자국 통상법을 동원해 강력한 무역보복을 부과하도록 지시했다. 미국이 제시한 개도국 지위 포기 대상 국가들은 232조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농민단체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도 지난주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중국이 상당한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 요인을 고려해 자동차에 대한 232조 관세조치를 결정할 것이다. 고분고분하지 않은 EU를 압박하기 위해 결정을 몇 개월 더 유예할 수도 있다. 최근 중국과의 ‘미니딜’ 이후 미·중 간 무역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으면 트럼프 대통령은 반(反)중국 국제연대 결성에 232조를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설령 자동차에 대한 조치를 유예하기로 결정하더라도 안심할 수 없다. 내년 11월 대선에서 자신 있게 내세울 수 있는 정책 분야가 대외통상이고, 지지자 결집을 위해 트럼프 대통령은 또 다른 품목을 232조 칼날에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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